박원순 서울시장, 성소수자 단체에게 '선택에 따른 책임을 지겠다'
성소수자 단체의 요구대로 사과문 발표한 박원순 서울시장



△ 서울시청 로비에서 점거농성 벌이던 성소수자 단체모습.



박원순 서울시장이 사과문을 통해 서울시민인권헌장 폐기에 관해서만 세번째 입장을 밝혔다.

첫번째는 지난달 30일, 전효관 서울시 혁신기획관을 통해 인권헌장 폐기 방침을 밝혔고, 이달 2일에는 서울시청에서 갖은 간담회를 통해 "사회갈등이 커지면 안하는 것만 못하다"며 여러 논란과 갈등을 빚어온 인권헌장 폐기를 못박는 발언을 했다.


이에 반발하여 일어난 성소수자 단체는 사흘 뒤인 6일부터 11일까지 장장 6일에 걸친 '서울시청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서울시청 앞이 아닌 서울시청 건물 안의 로비를 점거하여 박원순 시장에게 세가지를 요구하였다.


첫째는, 박 시장이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기념일에 서울시민인권헌장을 선포할 것


둘째, 성소수자 단체의 면담 요구에 응할 것


셋째, 서울시민인권헌장 폐기한 것에 대해 사과할 것



이들 단체는 서울시가 성소수자 차별금지 조항이 명시된 인권헌장이 시민위원회의 전원합의가 아닌 표결로 이뤄졌다며 합의 무산을 선언한 데 반발하여 박 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한 것이다.

이에 박원순 시장은 지난 10일 이들과 만나 인권헌장 제정이 차질을 빚은 데 사과하며 당장 헌장을 선포할 수 없지만 지속적으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약속했다.


성소수자 단체는“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세력은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인권의 가치를 바닥에 팽개치며 다른 사회적 약자도 공격할 것”이라며 “점거 농성은 끝나지만, 우리가 세워 온 인권의 원칙을 위해 계속 싸우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시는‘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헌법 정신에 따라 모든 차별을 없애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더 충분한 시간을 갖고 더 많은 이야기를 듣겠다”고 밝혔다.


박시장은 성소수자 단체 무지개행동 등의 시민사회단체 대표들과 면담후 SNS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박시장은 서울시민인권헌장의 일방 폐기한 데 대한 공식 사과문을 통해 '선택에 따르는 책임을 질 것이며, 차별없는 서울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며 성소수자 단체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다짐을 내비췄다.

 


다음은 박 시장의 사과문 전문이다.


<사과문>


최근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과정에서 벌어진 일들로 인해 시민여러분들과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시민위원님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 드립니다.

아울러 서울시가 시민위원회와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한 점 가슴 아프게 생각합니다.

좀 더 신중하고, 책임 있게 임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했고, 논의과정에서의 불미스런 일들에 대해서도 제 책임을 통감합니다.

이번 일로 인해 제가 살아 온 삶을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상황은 힘들고 모진 시간이었음을 고백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시민운동가, 인권변호사 경력의 정체성을 지켜가는 것과 현직 서울시장이라는 엄중한 현실, 갈등의 조정자로서 사명감 사이에서 밤잠을 설쳤고, 한 동안 말을 잃고 지냈습니다.

‘서울시민인권헌장’은 법률과는 달리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가는 사회적 협약이자 약속이니 만큼 서로간의 합의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서울시는‘서울시민인권헌장’을 선포하는 자리에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 시민위원님들이 보여주신 헌신적인 과정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엄혹하게 존재하는 현실의 갈등 앞에서 더 많은 시간과 더 깊은 사회적 토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선택에 따르는 모든 책임을 묵묵히 지고 가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서있는 자리에서 현존하는 차별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 가겠습니다.

모든 차별행위에 맞서‘차별 없는 서울’을 만들겠다는‘처음 마음’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헌법정신을 지켜가기 위해 더욱 더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 더 어렵고,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상호신뢰의 원칙을 가지고 논의와 소통의 장을 계속 열고 서울시가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가려고 합니다.

보내주신 관심과 걱정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